-
어느 인종도, 어떠한 문화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사자의 도시, 싱가포르(Singapore)여행/싱가포르_Singapore 2023. 2. 14. 17:06
낯섦의 연속인 여행 속에서 현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딱 2곳에서 현지인이 된 듯한 편안함을 느꼈는데, 첫 번째는 일본이고, 두 번째가 싱가포르였다.
우선 일본은 사람의 생김새나 옷차림과 같은 문화가 매우 유사했다. 일본어가 조금 낯설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다. 반면 싱가포르에서 느낀 편안함은 조금 달랐다. 싱가포르에는 매우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나의 인종이나 문화도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아시아계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일본에서는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중국계 사람들이 많은 것도 동아시아 문화권 사람이라면 조금 더 싱가포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
사실 처음부터 싱가포르에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일본을 가려 했으나, 기왕이면 마일리지를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싱가포르를 고르게 됐다. (일본은 마일리지 좌석이 엄청나게 빨리 찬다. 반면 싱가폴은 마일리지 좌석이 많이 남아있었다.) 싱가포르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었다. 조금 비싼 동남아 정도로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외로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여행이 됐다.
싱가포르는 Singa(Lion)+pura(City) 라는 산스크리트어 어원에서 온 이름으로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국가다. 면적은 서울의 1.1 배쯤으로 1년 내내 고르게 따뜻한 기후를 가졌다. 도시가 크지 않고,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 일주일 정도면 다 둘러보는데 충분해 보였다.
늦은 오후 시간에 도착한 첫날을 빼면 둘째 날 31km를 걸으며 시작한 여행이 셋째 날 22km, 넷째 날 19km, 마지막 날 24km를 걸으며 끝났다. 중간중간 베터리가 발전돼 핸드폰이 꺼진 것을 고려하면 아마 1~2km씩은 더 걸었을 것이다.
가장 특이하게 느꼈던 몇 가지를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대중교통(지하철)이 매우 잘 돼 있다. 여기서 특이하게 느꼈던 점은 환승 시스템인데 한 층에서 하나의 노선을 타는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한 층에서 다른 노선으로 바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이게 얼마나 편리하냐면 초록색 라인에서 나와 빨간색 라인으로 갈아탈 경우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이 열리면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가면 된다. 물론 모든 정류장이 이런 환승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 중 가장 많이 사용했던 빨간색 노선과 초록색 노선이 겹치는 City Hall과 Raffles Place 역이 이런 시스템으로 되어있어 매우 이용하기 편리했다.
제1 언어가 영어인 점이 매우 편리하다. 이러한 점은 일본에서는 느끼지 못한, 사실 그 어느 아시아권의 나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리함이었는데, 박물관이나 문화유적지 등이 모두 영어로 쓰여 있어서 매우 편리했다. 지하철 안내방송마저도 영어를 먼저 말하고 중국어와 말레이어(?)를 방송해준다. 다만 여러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각자 영어를 구사하는 발음과 방식도 다양한데 이에 적응하기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 총 5일의 여행에서도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못한 것 같다. 편의점에서 카드 단말기가 오류가 났는데, 중국계 점원이 갑자기 "웨어와"라고 말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었으나, 제스쳐와 상황을 바탕으로 "Wait a while"이라 알아들었다. 인도계 사람들이 하는 말은 끝까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다만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 말이 길어지면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영어권에서는 굉장히 무례한 방법이지만 오히려 원하는 단어만 탁탁 던져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더러 있었다.
관광지(박물관 혹은 동물원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매우 친절했다.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혹시 동물이 어디 있냐고 물어봤더니 동물 이름을 부르며 먹이를 던져주셨다. 그러면서 동물의 이름, 나이, 보통 뭘 좋아하는 지를 모두 설명해 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는 STAFF 명찰을 차고 박물관 내부에 서 있거나 순찰하는 일을 하시는 6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xx 전시관이 어디냐는 질문에 무엇을 찾고 있는지, 그건 어디로 가야 볼 수 있는지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락커를 관리하는 남성분도 옛날 동전이라 잠금장치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새 동전으로 바꿔줄 정도로 친절했다. 어느 관광지를 가나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전혀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친절하게 도와주실 것이다.
생각만큼 물가가 비싸지 않았다. 보통 싱가포르 하면 비싼 물가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한국이 비슷하게 많이 올라서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백화점이나 호텔과 연결된 건물에 있는 푸드코트(호커센터)에서 밥을 먹으면 2명이 30,000원 정도가 나왔는데, 한국이랑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여행 준비물과 관련된 참고 사항을 간단하게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윗옷은 적어도 하루 기준 2개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날씨가 더워 땀에 흠뻑 젖거나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자주 젖기 때문에 옷을 넉넉하게 가져가야 한다.
국내에서 와이파이를 구매해 가져가는 것보다 유심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이점이 많아 보였다. 와이파이 기기가 아주 가끔 작동하지 않아서 난처한 순간이 있었다. 또한 현지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거나 무언가를 물어볼 때 현지 번호가 있는 편이 조금 더 편해 보였다.
현금을 조금 넉넉하게 들고 가는 것이 좋다. 호커센터에서는 페이 앱을 쓰거나 현금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쓰는 페이 앱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앱으로 어차피 국내에서 쓸 일은 전혀 없을 테니 대신 현금을 넉넉하게 챙기면 조금 편할 것이다. 사전에 EZ 링크 앱으로 비자카드를 교통카드로 등록하고 갔으나 모종의 이유로 사용이 불가하여 현지에서 교통카드를 샀고, 그 교통카드 충전 또한 현금으로만 가능했다.'여행 > 싱가포르_Singapo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가포르 여행 넷째 날 (0) 2023.02.18 싱가포르 여행 셋째 날 (0) 2023.02.17 싱가포르 여행 둘째 날 (0) 2023.02.16 싱가포르 여행 첫째 날 (0) 2023.02.14